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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부혁신 종합계획

[ 행정안전부 ] 정부혁신 종합계획

정부는 정부혁신 종합계획이란 것을 매년 만들고 있었다.
행정안전부 중심으로 민간과 각 부처가 협업하여 계획을 짜고 실행하고 있었다.

 

나는 공무원으로 10여년 근무했고 지금은 공무원이 아니다. 공무원을 그만둔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나를 설명하는 가장 큰 부분은 전직 공무원이다. 그리고 나는 내 젊은 시절을 보냈던 정부에 여전히 애정을 갖고 있다.

 

퇴직을 결심한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일에 대한 낮은 만족감이다. 나는 일의 결과는 마음에 들었다. 공공정책에 대한 검토, 추진은 내 성향에 딱 맞았다. 하지만 일을 하는 방식이 나를 지치게 했다. 가장 주된 이유는 순환보직이라는 인사제도 때문이다. 나는 순환보직이 일에 대한 책임성을 떨어뜨려서 직원과 일을 분리시키고 실질이 아니라 형식을 갖추는 데 치중하게 만드는, 만악의 근원이라고 생각한다. 나중에 자세히 적을 일이 있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올 때는 나는 이미 퇴직했을 때지만, "일 잘하는 정부"가 하나의 아젠다인 것을 보고 내심 기대했다. 하지만 다른 어느 정부처럼 아무런 성과가 없어 보였다. 그리고 며칠 전 "정부혁신 종합계획"이라는 걸 보고 예견된 허탈감을 확인했다. "일 잘하는 정부"라는 아젠다 때문에 시작되고 지금까지 진행된 것이라 생각하는데, "정부혁신 종합계획"은 내가 보기에는 일하는 걸 귀찮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고, 부작용 외에는 아무런 긍정적 작용이 없을 것처럼 보였다.

 

행안부에서 정부혁신 정책 내라고 각 부처 기획부서에 보낼 것이고, 각 부처 기획부서는 각 과에 전달할 것이다. 예를 들면 24년 기획재정부에서 "일하는 방식 개선"을 위해 제출한 과제가 "국제조세협력 실효성 제고를 위한 일하는 방식 개선"이고, 구체적으로는 "양자 협의 등에서 예산 및 시간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화상회의적극 활용 및 사무관, 과장 및 국장의 단독 출장 실시"이다. 무슨 말을 덧붙여야 할지, 그냥 한숨이 나온다. 자세히 볼수록 정부 혁신을 위한 의지가 전혀 없음이 느껴진다. 대통령이 진정한 의지는 없지만 이미 뱉어놓은 말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구색을 맞추기 위해 전 부처가 동원되고 있는 것이다. 

 

전체적인 보고서의 그림을 맞추느라고, 각 항목별로 몇 개 이상의 과제를 넣기 위해, 각 과에 재촉했을 것이다. 각 과는 원래 하려던 것 중에 해당 항목에 아주 약간의 연관이 있다면, 그 내용을 채워 넣었을 것이다. 이 정도의 내용 수준이면, 과장님이나 국장님께 보고드리면, 비문이 아니면 신경쓰지 않고 그냥 보내라고 하셨을 것이다. 이런 힘없는 과제들을 전부처에서 끌어모아, 행안부에서는 전체를 포괄할 수 있는 보고서 구조와 그림을 만들어서,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위원들에게 하루 날 잡아서 보고할 것이다. 민간위원은 이것이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못할 것임을 이미 알고 있지만, 자리를 채우고 덕담을 하고 하루를 넘길 것이다. 그렇게 정부혁신 종합계획이 만들어질 것 같다.

 

"정부혁신"의 이름을 달고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걸 발견하고 반가움이 있었는데, 오히려 일에 치여 바쁜 공무원들만 괴롭히고 있을 거라는 게 눈에 보여서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