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의 존재에 대한 이해는 내 인생의 질문이다. 생성의 근거는 다윈의 진화론으로 이해하고, 그래서 나의 존재엔 별다른 고귀한 목적이 없다는 것을 인지한다. 그러나 물질적 풍요로 더이상 생존의 위협을 받지 않게 된 상황에서 나는 생존 외의 또다른 목적을 찾고자 하는 욕구를 느낀다. 이건 화석에너지를 끌어 쓰면서 인간이 상상 이상의 능력을 갖게 되는 걸 예상하지 못한, 진화의 오류는 아닐까. 우리의 뇌는 이제는 생존 이상의 것, 정답이 없는 목적을 찾으려 계속 방황하게 되었고, 심지어 어떤 싸이코 뇌는 진화 법칙과는 정 반대로 인류를 파멸시키겠다는 목적으로 핵폭탄 미사일 버튼을 누르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인간 뇌의 과잉 능력을 인정하더라도, 그 능력이 “어떻게” 발휘되는지가 항상 궁금했다. 최근 뇌과학은 이해가 깊어지고 있는데, 이 책은 그러한 과학적 발견을 대중적 이해로 발전시키려는 책이다. 2017년 책이니 이후에도 큰 발전이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이 글에서 이 책을 정리하려는데, 나의 해석을 거친 것이라 실제 책의 내용과는 크게 다를 수 있다.
동물의 뇌는 생존을 위한 정보처리가 집중된 기관이다. 감각기관을 통해 받아들이는 정보를 해석하고 대응하는 역할 뿐 아니라, 심장박동, 면역체계 유지와 같이, 주체가 직접 인지하지 못하는 활동에 대한 정보처리도 담당하고 있다. 뇌는 말 그대로 몸 전체를 관리한다.
뇌는 어떤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하느냐? 뇌 회로는 세상에 대한 모델링을 한 상태에서 항시 활성화되어 있으며, 감각 정보가 들어오면 그 모델과 일치하는지 검증하고, 차이가 있다면 모델링 수정을 위해 뇌 회로 배선이 수정되거나, 차이에도 불구하고 원래 상태를 고집하기도 한다. 핵심은 감각정보가 들어와서 뇌가 가동되고 이 정보에 대응하는 형태가 아니라, 뇌는 항시 모델링을 하고 있고 우리는 그 모델링(가상현실)을 현실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이때 감각정보는 모델링을 수정할 수도 있고,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상대방이 던진 공을 받을 때, 공이 손에 닿는 촉각과 시각, 청각이 각기 뇌로 정보를 비동시적으로 전달되나, 우리가 경험하는 것은 공을 받는 하나의 사건이다. 우리의 뇌에는 그간 경험해 온 정상세계에 대한 모델링이 있고, 그 모델링 안에서 공이 손에 닿는 하나의 사건으로 각 감각정보가 파생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뇌에서 모델링한 대로 여러 감각을 하나의 사건으로 경험하는 것이다.
물건을 던지거나 받는 등의 물리적 세계에 대한 모델링에 그치지 않는다. 뇌는 추상적 세계도 모델링한다. 다양한 사례를 범주화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산을 오르는 것과 나무를 오르는 것을 하나로 범주화할 뿐 아니라, 감정이 "올라오거나", 시험점수를 "올리는" 것도 유사 범주화한다. 또한 우리 몸 소화기관이나 혈관에서 뇌로 흘러가는 감각을 다양한 정보들과 결합하여 통합적으로 유쾌함이나 불쾌함 등으로 범주화한다. 이렇게 뇌에서 일어나는 고도로 복잡한 사태를 추상화한 것이 감정이라고 볼 수 있다. 나는 이 범주화, 추상화 작업이 세계를 효율적으로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이라 생각하고고, 이 추상화 기제를 실행할 수 있는 뇌의 구조야말로 몇 생물종이 진화로 얻게 된 특별함이라고 생각한다.
뇌의 자동적인 모델링과 추상화가 이상한 결과를 야기하기도 한다. 책의 사례를 예를 들면, 소개팅에서 몸에 열이 올라오는 느낌 받았는데 이를 사랑으로 인지한 것이다. 나중에 이것이 감기 바이러스 때문임을 알았지만, 당시의 감정의 실재는 여타의 사랑과 본질적으로 같다.
인간은 음성소리, 즉 언어를 적극 활용하는데, 음성소리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례를 매우 섬세하게 범주화한다. 이 추상화 수준이 아주 깊고 섬세하다는 점이 인간이 동물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다. 언어 외에도 다양한 상징이 가능하나, 현재는 인간이 사용하는 상징 중에는 언어가 가장 미세하고 복잡한게 추상화하는 것 같다. 하지만 다양한 환경차이로 인해 인간 사이에도 추상화 수준에서 차이가 있다. 감정에 좁혀서 책에서는 이를 감정입자도라고 부른다. 이 입자도가 미세할 수록 세상을 이해하는 해상도가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인간은 언어를 통해서 그 깊은 수준의 추상정보를 세대를 걸쳐 전달할 수 있다. 인간 아이의 뇌는 물리석 사회적 세상에서 성장하며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추상정보를 체득한다. 이것이 사회문화가 쉽게 바뀌지 않고 지속되는 기제이고, 동시에 사회문화가 고정불변인 것이 아님을 시사한다.
언어 등을 통해 추상화된 정보가 같은 단어나 상징으로 표현된다고 하더라도, 그 세부내용과 진정한 의미는 사람마다 다르다. 예를 들면 두 사람이 행복이라는 단어를 표현함에 있어서, 각자의 뇌 속에 일어나는 현상, 뇌 회로속에 환기되는 다양한 행복의 사례들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첫사랑을 만날때의 순간을, 다른 사람은 로또에 당첨되었을 때의 순간이 환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실제로 심장의 두근거림이나 동공의 확장 등에 미치는 영향도 개인별로 다르다. 같은 단어에서도 의미가 사람별로 차이가 있으므로, 문화가 다른 영어권에서 hapiness 와 한국에서의 행복의 실제 의미 차이는 더 클 수 있다. 심지어 문화 간에 서로 대응이 어려운 단어도 존재한다. 어떤 문화에서는 영어권이나 한국에서 “감정”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으며, 감정 유사 개념이 있으나 이것이 개별 사람의 마음 속에 있다기보다는 사람의 관계 사이에 있는 무언가로 인식한다. 이를 동물의 경우로 확장해 보면, 여러 실험에서 모든 동물은 뇌 회로의 한계로 추상화 수준이 인간보다 낮은 것으로 보여, 그래서 정말로 동물이 인간과 유사한 감정을 느낄지는 불확실하다.
책을 읽고 나서도 나에게는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자아라는 것의 뇌의 어떤 활동인지에 대한 의문이다. 자아란 이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모델링을 통해 세상을 창조하고 감각하는 기제보다 한 층위 윗 단계에 있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뇌의 모든 부분을 계속 활성화시키면서 입력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감각 입력에 아무런 변화가 없어도, 어떤 기제에 따라 우리는 생각의 흐름에 따라 표류할 수 있다. 의식적으로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니 모델링 기제를 통제하는 상위기제가 있지 않을까? 우연찮게 아내의 추천으로 내면소통이라는 책의 저자이신 김주환 교수님의 유투브 한편을 들었는데,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기 위한 서사를 만들어내고 기억하기 위해서 주된 의식적 활동을 통제하는 기제가 있다는 가설이 있고, 프랑스 어느 학자가 이를 연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드라이빙 시트가 있어서 거기에 앉게 되는 감각세계가 현재 그 사람의 세계라는 그런 말이었던 것 같다.(전혀 정확하지 않다) 어쩌면 이것이 자아라고 불릴 수 있을 것 같다. 이 연구는 어디까지 도달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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